나는 전자기기를 꽤 많이 사는 편이다. 월급의 반은 늘 마음에 드는 전자제품과 소프트웨어 값으로 나갈 정도다.
그런 나는 왜 소비하는가? 그것이 내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바꾸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좋은 일상을 누리기위해 소비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더 나은 일상을 누리고 싶어서 물건을 사고, 물건을 살 때면 하나를 사더라도 보다 좋은 제품을 사려고 노력한다. 내게 좋은 제품이란 디자인이 좋은 제품인데, 앞으로 내 블로그에 쓰게 될 말, '디자인이 좋다'는 것은 단순히 멋스러움에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사용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있는 디자인,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들은 멋과 실용을 모두 담고 있다고 믿는다. 좋은 제품들은 분명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삶의 편리가 되어준다.
Good, Goods 라는 블로그이름도 그렇게 정해졌다. 꾸준히 좋은 제품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예전엔 싸고 좋다는, 소위 ‘가성비’ 있는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가성비’라는 말은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적당히 쓰고 버릴만한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 버렸다. 자연스럽게 한 해, 한 계절 쓰고 버려지는 물건이 많아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가성비 있으니까.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니까. 또 사면 되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학교 1학년때 열심히 돈을 모아 샀던 첫번째 노트북은 삼성 시리즈9이었다. 당시는 울트라북이라는 개념이 처음 나오기 시작할 때이고 노트북에 SSD가 처음 달리기 시작할 무렵이라 삼성의 시리즈9은 가장 최신의, 가장 값비싼 수준의 노트북이었다. 대학생에게 불필요한 스펙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중히 번 첫 월급으로 손 떨며 샀던 첫 노트북을 나는 그것이 마치 호크룩스라도 되는 양 소중하게 대하며 사용했다. 그 결과 그 노트북으로 몽골, 이집트, 터키를 여행하며 영상편집과 디자인 작업까지 했음에도 6년이란 시간동안 아주 잘 버텨주었다. 어설프게 저렴했던 넷북을 샀다면 분명 난 문서작업을 하다가 화가 나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돌리다가 화가 나고, 애정이 없어 대충 들고 다니다가 여기저기 부딪혀 금방 버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몇번의 노트북을 더 샀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살때 좋은 제품을 사서 잘 써주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엄마의 옷장엔 20년전 옷들이 넘쳐 난다. 비싼 실크소재의 옷도 있고, 면이나 마 같은 소재의 옷도 있다. 세월이 오래 흘렀지만 좋은 소재와 훌륭하게 처리한 마감 덕분에 요즘 입어도 괜찮은 옷들이 많다. 디자인 역시 그 해의 유행을 그대로 빼다 박아 놓지 않아서 언제 입어도 독특하고 좋아보이는 옷들이 많다. 옷에는 관심이 없지만 전자제품에는 관심이 많다. 좋은 제품은 더 나은 일상을 누리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물건 사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기왕에 산다면 좋은 제품을 사고 그 제품들에 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이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다.
Good, Goods
좋은 것들을 수집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리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