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은 꽤나 팍팍하다. 내 집 마련은 커녕 내 방하나 취향껏 꾸미기 어렵다. 함께 사는 식구들이 있다면 더더욱 진득하게 무엇인가 내 공간을 꾸밀 여력을 만들지 못한다. 모든 물건은 공용이 되기에 나만을 위한 어떤 것을 가꿔 나가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다. 책을 사 모으는 것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어른이 되면 침실 하나, 드레스 룸 하나, 그리고 서재용 방도 만들거야. 현실은 좁은 방 한칸에서 잠도 자고, 옷도 여기저기 걸려 있고, 책들도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짐덩어리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요를 깔고 이불을 피다가 갑자기 화가 났다. 아니 왜ㅡ 이렇게 내 몸 하나 뉘기 힘들지? 그때 눈앞에 책장이 보였다. 어린시절부터 버리진 못하고 모으기만 했던 책더미가 눈에 보였다. 그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