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굿굿즈에 글을 쓴다. 독립을 했고,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공간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곳에 앞으로 정성스럽게 소개할 것들도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싸고 적당히 편리한 물건들이 필요한 만큼 가득 채워진 공간이 아니라, 내게 좋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조금 부족한듯 여백을 남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옷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생때야 싸고 예뻐보이는 저렴한 옷들을 잔뜩 사서 입었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리긴 아깝고 입긴 싫은 옷들이 늘어나는게 싫었다. 다행인것은 내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프리랜서라는 점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기 때문에 편안한 실내복은 곧 치열한 작업복장과도 같았다. 그러다 와디즈에서 만나게 된 오흐부아흐 저고리 한텐이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글을 쓸 생각까진 없었는데 포장부터 포근함과 실용성까지. 너무 마음에 들어 오래 들어오지 않던 블로그도 다시 키게 되었다. 예전에 한번 택배가 오는 기분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사실 소비자는 물건만 달랑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먹을때도 음식만 덜렁 소비 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의 분위기도 같이 소비하는 것처럼 택배로 받는 물건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오흐부아흐의 택배상자는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설레게 되었다. 바로 친환경 종이 크래프트 택배 테이프 때문이었다. 크래프트 테이프에도 종류가 많아서 사실 코팅이 되어 있는 것은 재활용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오흐부아흐 택배상자에 붙은 테이프는 무광의 종이 소재의 테이프였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정작 아쉬울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런 디테일들이 참 좋다.
택배 박스를 뜯어보니 Au Revoir, Les Enfants 라는 문구가 나왔다. good bye, children이라는 뜻이란다. 오흐부아흐 소개에서 안녕, 내 유년시절이여. 뭐 그런 뜻을 보았던것 같다. 문구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포장지 역시 종이 포장지가 온 점이 참 좋았다. 예전에 레데커 설거지 솔을 주문해서 독일에서 직구로 배송받은 적이 있는데, 레데커 포장지 혹은 꽃집에서 쓰는 얇은 포장 재질로 이 자체만으로도 감성이 느껴져서 좋지만, 또 비닐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더욱 좋은건 이 종이 포장지는 내 다용도실에 보관되어 있는 감자를 하나씩 싸두는데 재활용 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그리고 드디어 본품 등장! 예쁜 매듭이 지어있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모여 물건을 소비하는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까지 챙기는 판매자가 생산하는 제품은 늘 그렇듯 사용하기에도 좋고 편리하더라. (그런데 이런 매듭은 어떻게 묶을까? 나는 아무리 해봐도 이렇게 예쁘게 매듭은 못지어보았다)
아이보리 색으로 구매했던 한텐. 한텐은 일본식 의복인데 일본풍이 아닌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한텐의 실용성과 분위기를 보는건 좋아하긴 하지만, 조선사람으로서 왠지 내가 한텐을 맨날 입고 살고 싶진 않았기 때문..!(?) 게다가 그 일본 특유의 화려한 무늬도 내가 입는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복스러운 한텐/홈워머가 나왔으니 구매를 할 수밖에!
안에는 이렇게 로고와 함께 옷의 정보가 나오는 디자인이 들어있다. 이건 아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색상 NATURAL부분에 검정 펜으로 체크가 되어 있고, 사이즈 5에도 체크가 되어 있는데 잘못보면 뭔가 묻은거 같이 보일 수 도 있어서 왠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았다.
제작년인가도 비슷한 종류의 한텐을 파셨던것 같은데 올해 제품이 마음에 드는 또 한가지 이유는 면과 린넨이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여름에는 거의 린넨만 입는 나는 린넨의 느낌을 많이 좋아한다. 그런데 겨울용 제품에는 린넨이 추워보이는 느낌 때문인지 많이 안쓰던데 이 제품은 안쪽엔 솜을 누비고, 밖은 면과 린넨을 섞어서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누비솜도 꽤나 두툼하게 들어 있어서 보온력이 참 좋다. 금새 포근해지고 따뜻해진다. 한가지 걱정은 솜이 폴리에스터던데 보온력이 내년에도 좋을까 싶은 걱정은 있다. 물론 그렇다고 구스다운 같은것은 동물보호 측면에서 원치않지만, 신슐레이트나 웰론솜 같은 다른 옵션들도 나오면 좋겠다.
우리집엔 아직 침대가 없다. 본가에서 쓰던 엄마가 준 목화솜요를 깔고 지내기 때문이다. 가끔은 요를 피었다 정리했다 하는 것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침대가 없어서 좋은 점도 있다. 집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초록색 이불과 초록색 만두카 요가매트와 함께 저고리 아우터를 올려두어보았다.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것을 사려고 한다. 삶에는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이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지금 이 글은 좋아하는 파자마를 입고, 오하부아흐(발음이 참 어렵다. 그리고 헷갈린다..) 홈워머를 입고 쓰고 있다. 보온력이 상당해서 조금 입다가 잠시 벗어두곤 한다. 그리고 내가 입고 다니니까 좋아보였는지 벌써 우리집 건물 사람들이 이거 어디서 샀냐고 두 명이나 물어보더라...! 우리집에 오면 자꾸 사람들이 이건 어디서 샀고, 저건 어디서 샀고를 물어봐서 아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려고 만든 굿굿즈 블로그에 올려본다. 홈워머 덕분에 아주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입을수록 참 마음에 드는 옷이다.
좋은 것들을 수집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리뷰합니다
Good G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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