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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길 잘했어, 휘슬러 압력밥솥

Good Goods 2023. 1.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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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독립을 준비하며 우리는 다이소에 간다. 자취방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이 준비된,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다이소. 우리 집의 소소한 물건들 중에도 다이소 물건이 많다. 하지만 어쩐지 밥솥은 적당히 저렴하고 적당히 쓸만한 것으로 사고 싶지 않았다. 매일 사용하는 것은 불편함 없이 좋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나의 소비 철학 때문이다. 밥을 짓는 일은 죽을 때까지 지속될 아주 오랜 수련 과정이자 생존의 역사가 될 것이다. 밥을 안 짓고 만두를 쪄 먹거나, 국을 끓이거나, 갈비찜을 하거나 먹고사는 모든 일이 밥솥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아무거나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샀다. 휘슬러 압력밥솥.

 

본가에서 엄마가 사용하는 밥솥은 20년도 더 된 압력밥솥이었다. 아침마다 밥을 지어 나를 키워냈다. 자연스럽게 나도 독립을 하여 밥솥을 사면 어쩐지 반평생을 함께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년 쓰고 쉽게 버리는 소비문화 자체가 싫기도 했지만, 그래서 자꾸만 적당한 가성비 넘치는 것을 사도록 요구하는 빠른 소비문화가 지구의 쓰레기를 더 넘치게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좋은 것을 골라 오래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에게 좋은 물건인가? 

 

성능으로 말하자면 전기 압력밥솥이 훨씬 좋을 터였다. 보온 기능도 되고, 불을 사용하지 않아 가뜩이나 작은 자취방 화구 하나를 세이브할 수 있을 것이고, 그 화구에 다른 요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휘슬러 압력밥솥을 쓰면서도 아쉬운 건 보온 기능이었어서 잠시 작은 자취생용 전기밥솥을 보온용으로 사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보온밥의 그 특유의 냄새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차라리 찬밥을 살짝 데워 먹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보온 기능이 필요 없으니 굳이 전기밥솥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밥을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요리도 해 먹는데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압력솥을 사기로 결심했다. 

 

자, 이것은 내가 2년간 사용 중인 휘슬러 압력밥솥이다. 이 사진에는 없지만 두툼한 밑창(?)이 쓰다 보니 가장 큰 장점이었다. 두툼한 밑창은 열 보존율을 높여 음식을 오래 알맞게 익혀주었다. 

1인가구가 매일 갓 지은 밥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인 것도 큰 장점이었다. 집에는 아주 커다란 웍이 하나 있는데, 어쩐지 너무 큰 것은 무겁기만 하고 손이 잘 안 갔다. 너무 많은 요리를 하게 되면 나중에는 질려서 못 먹고 버리게 되기도 하니 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혼자 사는 사람의 지혜가 되곤 했다. 

 

압력솥 적정 압력 확인하기 

엄마가 사용하던 압력밥솥은 압력이 차면 추가 달랑달랑거리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곤 했는데, 이 제품의 경우에는 신호등 같은 압력추가 조용히 고개를 빼꼼 내미는 형태로 압력을 알려준다. 노란색은 약한 압력 상태, 초록색은 적정 상태, 빨간색은 과한 상태라고 생각하면 쉽다. 시각적으로 꽤 우아하게 알려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하이라이트에서 휘슬러 압력밥솥으로 밥 짓는 법

휘슬러 압력밥솥으로 밥은 어떻게 지으면 될까? 이것은 내가 먹는 1인분 기준이다. 우리 집은 하이라이트를 사용한다. 

 

사진처럼 눈금이 있는데 1인분의 쌀은 딱 Min, 미니엄에 두고 계량을 한다. 미니멈에 두고 밥을 지으면 혼자서는 두 번 정도 먹을 수 있고, 2인이서 먹으면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다. 잘 불린 쌀은 물을 쌀과 거의 동량으로 위로 올라오지 않을 정도만 부어주면 되고, 안 불린 쌀이라면 조금만 올라오게 해서 짓는다. 생각보다 압력이 잘 되어서인지 물이 많이 필요 없었다. 

강한 불에 두고(하이라이트 9) 추가 올라올 때까지 센 불에 익혀주다가, 물이 끓고 압력이 차기 시작하면 불은 중간불로 낮추고(하이라이트 5), 타이머를 6분 정도에 맞춰둔다. 그러면 6분 후에도 잔열이 남아 있어서 천천히 천천히 밥이 지어지고 뜸이 든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밥이 완성된다. 추가 모두 아래로 내려오면 압력이 빠졌기 때문에 뚜껑이 쉽게 열린다. 총 걸리는 시간은 30분 안쪽이다. 새 밥이 지어지고 있는 사이 옆에서는 다른 반찬이나 국을 끓이면 된다. 전기밥솥으로 치자면 30분 쾌속밥인데도 매우 고슬고슬 맛 좋은 새 밥이 완성된다.

세척이 다른 냄비처럼 편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기밥솥의 경우에는 내솥만 세척한다고 하더라도 기름기 많은 요리를 하게 되면 여기저기 기름이 묻어서 곤란해지고 그러다가 결국 밥만 하게 되는데, 압력밥솥은 정말 그냥 일반적인 냄비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작은집의 공간활용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전천후 요리에 사용가능하다.(냄비는 자고로 바닥이 두꺼워야 음식이 맛있다.) 

알탕 만들던 모습
식혜 만들던 모습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좋은 것이어야 한다. 안전하고, 씻기 편하고, 전천후로 활용가능한 바닥 주물 두꺼운 압력밥솥을 찾고 있었다면, 휘슬러 압력밥솥(소형)을 추천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넓이가 넓은 것보다는 깊이가 깊은 것이 쓰기 좋은 것 같다. 종종 국수도 해 먹는데 끓어 넘치는 시간을 좀 줄여주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소형이라곤 해도 4명까지 충분히 요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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